Posts Tagged ‘정보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이유와 전제 조건

Written by JoonPapa on . Posted in 조직, 지식, 지식 & 경영, 커뮤니케이션

출처 : “경영의 지배”(피터 드러커 지음) 의 18장 “정보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중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이유와 미래의 성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전제조건에 대해서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수세기 동안 우리는 ‘상의하달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아무리 강력하게, 그리고 아무리 현명하게 한다 하더라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그것이 효과를 볼 수 없는 첫째 이유는, 그것은 우리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에 초점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말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킨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말을 하는 것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수신자의 행위다. 우리가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은 발신자에 대해, 특히 경영자, 관리자, 명령자에 대해 연구하고는 그가 보다 더 나은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하향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명령뿐으로, 그것은 미리 정해진 신호일 뿐이다.
우리는, 동기부여는 고사하고 어떤 내용을 이해시키는 일도 하향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달성할 수 없다. 그것은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즉 지각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지각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로 향하는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듣기(또는 경청)’ 역시 효과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즉 경영자가 전달하기 바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직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며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달리 말해서 수용하려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청은 커뮤니케이션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게대가 그 자체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없다. 경청이 표면상으로는 인기가 높지만 폭넓게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정확히 말해 그것이 실행된 곳에서 효과를 발휘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청이 효과 있다는 것은 부하직원들이 하는 말을 상사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부하직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째서 상사가 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부하들은 할 수 있어야 하다는 것인가? 사실, 부하직원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할 만하 아무런 이유도 없다. 바꾸어 말한다면, 듣는 자가 말하는 자보다 오해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덜할 것으로 믿을 이유는 없다. 게다가 듣기 이론은 커뮤니케이션이 ‘개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듣기 이론은 부하의 선호도와 욕망, 그의 가치와 열망 등을 자극하지 못한다. 바로 그점이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해를 위한 토대를 다져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경청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의하달식 커뮤니케이션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상사가 자신의 글을 잘 쓰려는 시도,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간단하게 말하려는 시도, 그리고 자신의 용어가 아니가 부하직원 용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식의 논쟁을 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커뮤니케이션은 상향식이어야 한다는 인식, 혹은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로부터가 아니라 수신자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 즉 경청 개념의 토대가 되는 인식은 절대적으로 건전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청은 오직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가 더 많고 더 좋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해결되거나 커뮤니케이션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의 기능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다시 말해서, 정보가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첫째, 정보 프로세스가 보다 더 개인적이고 형식적일수록, 그것은 의미와 적용에 대한 약속, 즉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전 약속에 더욱 더 의존할 것이다.
둘째, 정보 프로세스가 효과적일수록 그것은 한층 더 몰개인적(impersonal)이고도 형식적인 것이 될 것이며, 사람들을 점점 더 분류할 것이고 분류를 요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인간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즉 커뮤니케이션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별도의 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정보 폭발로 인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영자와 근로자, 기업과 정부, 교수와 학생, 생산자와 소비자 각각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놀라울 정도로 큰 커뮤니케이션 격차는, 그에 상응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증가없이 정보만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어떤 건설적인 것을 제안할 수 있는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정보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로부터가 아니라 수신자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통적 조직의 관점에서는 ‘상향식으로’ 출발해야 한다. 하향식 케뮤니케이션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없으며, 발휘하지도 않는다. 하향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수립된 뒤에 온다. 하향식 커뮤니케이션은 행동이라기보다는 적응이고, 주도적이기보다는 반응적이다.

만일 커뮤니케이션을 ‘나’로부터 ‘너’에게로 가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성립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오직 ‘우리’ 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달됨으로써 성립한다.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 양식’이다. 이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로부터 배운 진정한 교훈이며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진정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