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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지식의 역사적 관계

Written by JoonPapa on . Posted in 조직, 지식, 지식 & 경영

출처 : ‘경영의 지배'(피터 드러커 지음) 의 16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중

소크라테스나 프로타고라스는 ‘technē’(그리스어로 장인 기술자에 해당.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불과 함께 신들로부터 훔쳐 온 자연을 가공하는 기술을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나 스프타고라스에 있어서도 ‘technē’는 필요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이 지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기능은 어떤 하나의 특수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느 ㄴ것이지 일반적인 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에서 출발해 시실리로 가는 항해를 통해 선장이 습득한 지식은 다른 어떤 것에도 적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더욱이 ‘technē’를 배우기 위한 유일한 방법전문적 지식을 가진 어떤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도제(徒弟)가 되거나 직접 경험 해보는 것뿐이었다.
‘technē‘는 말이나 글로는 설명해줄 수 없는 것이어서 직접 하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1700년경 또는 그 직후에까지 영국인들은 ‘기능(crafts)’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비법(mysteries)이라느 말을 사용했다 – 그 이유는 어떤 숙련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그 기능을 비밀로 하겠다는 서약을 했기 때문이며, 장인 밑에서 도제 생활을 해 가면서 실제로 보고 배운 사람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그 기능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00년 이후부터 시작하여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기간인 50년동안 ‘기술(technology)’이 발명되었다. 기술이라는 말은 장인이 가진 비밀스런 기능인 ‘technē와 지식을 조직하고 체계화하고 목적지향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뜻하는 ‘logy‘를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기능에서 기술로 넘어가는 이 거대한 변화는 디도로(Denis Dederot)와 달랑베르(Jean d’ Alembert)가 1751년에서 1772년 사이에 편집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인 “백과전서(Encyclpedie)“에 기록되어 있다. 이 위대한 작업은 모든 장인의 지식을 종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로서 이루어졌으며, 도제가 아닌 사람들도 ‘기술자(technologist)’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백과전서”가 기본적으로 의도한 바는 도구와 제조 공정, 제품 등의 물질세계에서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목적 지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백과전서”는 또한 어떤 기술로 특정 물건을 만드는 원리가 다른 물건을 만드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의 전통적 지식인과 장인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금기였다.
18세기의 어떤 기술학교도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백과전서”도 그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과학’을 도구와 제조 공정 그리고 제품에 적용시키자는 말조차 입에 오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기술인데도 말이다. 


초기의 기술학교와 “백과전서”는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했다. 그들은 1,00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장인 기술의 비밀을 한데 묶어 정리해서 출간했다. 이 작업은 경험을 지식으로 바꾸었고, 도제 제도 대신 교과서를 만들었으며, 비밀리에 전수되었던 것을 공개적으로 전수될 수 있도록 했고, 지식의 응용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런 것들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산업혁명‘ 이라고 불러왔던 것의 본질이다. 즉, 기술에 의한 사회의 전환과 문명의 세계적인 확산 말이다.